자유게시판
삼 학년
박 성 우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천장에서 미숫가루 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초등부 수업 후기: 10월 15일(화요일) 2단원 :시의 느낌을 살려 시를 낭송하여 봅시다
국어 시간에 <산유화>, <삼 학년> 두 편의 시 공부를 하였습니다. 먼저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를 감정을 살려 낭송하고 느낌을 나누었습니다.
홀로 저만치 떨어져 피어있는 꽃에서 시인의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고 인생무상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
학생 한 분이 <삼 학년>을 낭송하기 시작했습니다. (야학에 다닌지 삼 년째인 삼 학년 학생입니다.)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하던 중 3행째에서 그만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4행째부터는 아예 낭송을 하지못하고 크크큭 웃기만 하는 바람에 교실 안은 때아닌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어머님이 얼굴이 빨갛도록 웃음을 참아가며 1연까지 겨우 낭송했는데
2연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할 때는 난리가 났습니다. 박수를 치고 "하이고 을매나 묵고 싶었으먼 그랬겠노 호호호.",
"저그 엄마가 단디 화 났는갑다. 아 뺨따구를 다 때맀네." 저도 웃음이 나와서 배꼽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눈물이 나는 거예요.
눈물 닦아가며 웃었습니다. 그 와중에 어머니 한 분이 "그놈이 큰 인물 될란갑다. 저그 집에서 지 혼자 몰래 타 묵으면 될 낀데 우물에다 털어 논 거 보니까 동네 사람 다 줄라고 그랬는갑다." " 참 그럴 수도 있겠네." 어린 아이의 천진난만한 행동이 순식간에 모두에게
큰 감동을 주는 이야기로 진화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두 편의 시에 대한 느낌을 간단히 정리하여 쓰고 <삼 학년>을 다시 한 번 낭송하며 수업을 마쳤습니다.ㅎㅎ
'삼 학년'은 박성우 시집 <가뜬 한 잠>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