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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마당
[경향마당] 공익성 없는 관변단체 국고 지원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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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원 | 인제대 법학과 박사과정

 

40대 중반에 시작해 야학의 교사로 일한 지 10여년이 되어간다. 우리 야학은 자치단체와 국가의 지원금, 교사의 회비 등으로 운영해왔다. 재정 문제는 야학을 개교한 이래 지금껏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다. (현재는 그나마 지원이 끊겼지만) 국가지원 보조금 및 자치단체 보조금을 받는 데는 교사들의 엄청난 수고가 뒤따라야 했다. 쓸데없는 용도에 쓰지 않았는데도 엄격한 심사과정에서 일부 항목의 보조금이 삭감되거나 아예 인정되지 않을 때는 너무 안타까웠다. 한마디로 정부, 자치단체로부터 한 푼의 공금을 타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작금의 재향군인회 관련 보도는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한다. 공금을 다루는 간부가 수백억원을 유용하고 그 피해를 재향군인회가 대신 변제했고, 그 공금 중에 거금이 매년 국가에서 지원한 돈이라는 데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재향군인회가 친목단체인데도 수백억원대의 공금이 재향군인회에 지원되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엄청난 부정의와 부조리에 대해 우리의 국가, 사회 등 공동체가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공금이 ‘눈먼 돈’으로 전락해 제 마음대로 운용되기 일쑤다. 공금을 다루는 사람들은 쌈짓돈 쓰듯 제 배를 채우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질 못한다. 언론도 하루 이틀 반짝 다루고는 이내 조용하다.

이처럼 친목관변단체에 무분별하게 지원할 공금이 있으면 차라리 그 일부라도 떼어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애국지사나 호국영령들의 자손을 지원하는데 보탤 일이다. 그러면 구시대 방식으로 매일 앵무새처럼 국가를 사랑하라고 떠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국가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공금을 아무렇게나 사용하거나 이를 방조하는 행위는 형사법상 광의의 횡령이거나 배임행위이다. 국가 지도자들이나 담당 공무원이 불법, 부당한 공금집행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다면 그 종국적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세금을 낸 주체는 국민이고, 그 공금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늘 공금의 집행이 제대로 되는지를 감시해야 한다. 그래야 이를 집행하는 자들이 함부로 공금을 유용하거나 떼먹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