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기 전 새들이 노래하는 시간의 푸념


마음이 깨알처럼 다글다글 볶이는 날

이럴 땐 일 안하고 노는 사람되고 싶다.

추석 차례 상 차린지 겨우 다섯 해

벌써 꾀가 나는 걸까?



어떤 이는 야근하고 돌아가

김치 담고, 간장물 펄펄 끓여 장아찌 담고

울 큰 애는 11시까지 학교 있다

씩씩하게  곧잘 재잘거리는데

나는 일 끝내고 돌아와  겨우 밥 먹고

등 붙이고 쓰러져 뒹굴고 싶다.



주말 집에 있는 날 분주하게

흰 빨래 삶아대는  남편 보며

토요일은 나를 위해 쉬는 거야.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할 거야

미안할 것 없는 눈길 애써 피하다

그래도 밥상은 차려 줄게.



추석이 일주일 뒤다.

물김치를 담가야 해

명절장 보고, 청소하고

반찬들도 만들어 두어야 해.

날마다 한 가지씩 해야만 해.

심장에 열이나 복닥복닥거린다.



일, 월, 화, 수, 목, 금. 손가락 세다가

누웠다  다시 서는 반가운 다섯 째 손가락

그래도 나는 이번 만큼은

일 안하고 그저 노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치페-치리트의 뜻: 해 뜨기 전 새들이  노래하는 시간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