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권으로 읽는 XXX" "XXX 총정리", "뒤집어 본 XXX"

이런류의 책들이 많이 나왔었다.

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고전류들을 알기쉽게, 그리고 새로운 시각

에서 바라본 책들이었는데 나도 몇권 읽어봤지.

상당히 맘에 안드는 구석이 많았는데,

결론적으로 이런 책들은 어떤 목적성을 가진 책들이기 때문이다.

즉, 원문을 볼 수 없으니 요약본을 본다는 의미인데 이것은 결론만

즉 답만 원하는 꼴이 된다. 원인과 과정을 생략한채 결론만 알게 되면

이것을 누구에게 자랑하거나 어딘가에 써먹기 위한 목적성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얇팍한 지식이 되버리는 것이다.

물론 세상이 넘쳐나는 지식들 모두를 근원부터 파 헤칠수는 없는

문제이긴 하나 적어도 젊은 시절 힘 좋을때 어렵고 골치아픈 책들을

원인과 과정을 거치면서 읽어줘야 한다.

나이들어 힘 떨어지믄 이런 고전류들은 더욱 읽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고전류들은 한번 읽어놓으면 또 다른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즉, 두꺼운 표지로 된 커다랗고 두터운 양장본을 한 권 독파하고 나면

뿌듯한 맘도 들고 그 두꺼운 책을 만들었을 머리 희끗희끗하고

꼬장꼬장한 학자들이 보는 시야가 느껴진다.

그러고 나면 얇팍하게 나오는 몇몇 책들에 대해 슬슬 시비를 걸고

싶어지는 것이지. "원본은 말이야 이게 아니란 말이지...."



하나의 예를 들자면 나같은 경우는 삼국지를 3종류로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읽었음직한 이문열 평역본의 "삼국지연의"

또 하나는 북경대학원 편본인 "정본 삼국지연의"

마지막은 "정사 삼국지"

이 셋중에 젤 재미 없는 책은 물론 "정사 삼국지"이다.

이것은 소설책이 아니라 역사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모든 삼국지 비틀기, 다시보기, 뒤집어보기 등등

별 X랄을 하는 책들은 모두 이 정사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밥 벌어먹고 살기위해 배우는 지식은 당연히 목적의식을 지니기

때문에 빨리 배우고 빨리 잊어먹는 것이겠으나

일을 벗어나서 한가지 쯤 어디에 써먹을지도 모르지만

차곡차곡 읽어나가는 두터운 책의 참맛은 오묘한 것이다.

혹여 알겠는가 한 30년뒤에는 써먹을 때가 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