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할머니 5년만에 초.중과정 검정고시 합격>

[연합뉴스 2005-05-06 16:49]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반드시 대학까지 들어가서 어려운 환경 때문에 평생을 안고 살았던 '못 배운 한(恨)'을 풀어야죠"
정규 교육이라고는 일제 때 소학교를 3년 정도 다닌 것 밖에 없는 60대 할머니가 5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검정고시를 통해 중졸 자격까지 얻어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 달서경찰서에서 청소를 하는 박을선(66.대구 달서구 월성동) 할머니는 6일 '평균 63.66점 합격'이라고 적힌 '2005 고입자격 검정고시 합격증'을 받고 더욱 학구열을 불태웠다.

지난 2001년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박 할머니는 2년만인 2003년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6일 발표된 고입자격 검정고시에도 거뜬히 합격해 5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중졸 자격을 획득했다.

20년 넘게 대구지역 경찰서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는 박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준다'며 짐이 되기 싫어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지만 스스로를 '공부에 중독됐다'고 표현할 만큼 공부벌레이다.

지난 2001년 봄 우연히 초등 검정고시 공고를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응시했다가 두 과목을 뺀 나머지 과목에서 과락, 고배를 마신 뒤 본격적인 공부에 나섰지만 수학, 음악 등은 도저히 혼자서 공부할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박 할머니는 무작정 경찰서 인근 월성초등학교를 찾아 사정 이야기를 하고 수업 청강을 부탁했지만 학업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측이 난색을 보여 만학의 열정이 무산될 뻔했으나 할머니의 배움에 대한 열의에 감동한 학교측이 이를 승낙, 증손자뻘 되는 어린이들과 함께 공부를 하게 됐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2003년 초등학교 졸업 자격을 얻은 박 할머니는 야학교사로 봉사하는 대구 달서경찰서 월배지구대에 근무하는 최홍철 경사의 도움을 받아 특별 과외수업까지 받아가며 주경야독한 끝에 이번에 중졸 자격도 얻어내게 됐다.

박 할머니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70이 되기 전에 반드시 고졸 자격을 얻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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