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교 교사들 버스 언덕 구르자 제자 껴안아 참사 모면  

정신지체 학생들을 태운 통학버스가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으나 교사들이 제자들을 온몸으로 껴안아 대형 참사를 막은 사실이 15일 뒤늦게 밝혀졌다.

12일 오후 2시 40분경 전남 함평군 함평읍 정신지체장애인 특수학교인 함평 영화학교.

이 학교 학생 22명과 교사 등 24명을 태운 통학버스가 학교 앞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갑자기 시동이 꺼져 뒤로 밀리면서 10여 m 아래 언덕으로 굴렀다. 유치부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이들 학생은 이날 목포자연사박물관에서 현장학습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버스 안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사고를 직감한 교사들은 본능적으로 각자 옆에 앉아 있던 학생들을 가슴으로 품었다. 버스 바닥을 이리저리 뒹굴고 철제 의자에 몸이 부딪치면서도 교사들은 제자들이 다칠까봐 두 팔로 감싸 안았다.

버스는 언덕 아래 풀밭을 미끄러지면서 한 바퀴 반을 구른 뒤 멈춰 섰다. 몇몇 교사들은 제자들을 품에 안은 채 실신해 버렸다.

교사들이 온몸을 던진 덕분에 학생들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3명이 골절상을 입었고 11명은 찰과상에 그쳐 사고 다음 날 퇴원했다.

하지만 교사 6명은 팔과 다리가 부러지고 척추 등을 다쳐 수술을 받았다. 나머지 교사 16명도 전치 2∼8주의 진단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5학년을 가르치는 전승주(36) 교사는 “버스가 갑자기 뒤로 미끄러지자 동료 교사들이 너나없이 옆에 앉아있던 제자들을 끌어안았다”며 “아이들을 무한책임으로 돌봐야 한다는 평소 사명감이 본능적으로 발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 전명남(全明男·63) 교장은 “특수학교 교사들은 평소 학생을 보호하고 돌보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 다들 자기 몸은 돌볼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2005-04-15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