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난 후 처음으로 혼자 집을 나섰다
고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목적지까지는 세시간 정도소요됐다
산에 나무들은 물이올라있고 벼논에는 자운영 싹이 벌써 자리를 메우고
또랑가에 버들강아지는 봄을 알리고 시골집 마당가에는 작년에 남겨놓은
배추들이 비닐속에서 여전히 생명력을 과시하고  어미소와 송아지는 마굿간을 나와 따스한 햇볕에
서 오후 한때를 보내고 그옆에 닭장에는 암닭이 알을 낳아 놓고 제 할일 다 했다는 듯이
부산하기도하다
예전에 같았으면 알은 할머니 차지이다
모아두었다가 종가에 하나뿐인 손자 밥그릇 중간에 알을 넣어주시곤 하셨는데
날이 어둡기전에 소 죽을 끓이고 온기가 아직 식지 않은 닭 알을  가져다 찜을 해서 조촐한 저녁을 먹고
혼자 계시는 노모와 밤 늦도록 참 많은 얘기를 했다
다음날 다시 굽이굽이 펼쳐지는 강길을 따라 내달리고 있는 버스안에서 가만히 가만히
첫사랑의 이름을 불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