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봄날        / 임영조

얼마 전, 섬진강에서
가장 이쁜 매화년을 몰래 꼬드겨서
둘이 야반도주를 하였는데요.

그 소문이
매화골 일대에
쫘악 퍼졌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도심의 공원에 산책을 나갔더니,


거기에 있던 꽃들이 나를 보더니만
와르르- 웃어젖히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요.

거기다 본처같은 목년(목련!)이
잔뜩 부은 얼굴로 달려와
기세 등등하게 넓다란 꽃잎을
귀싸대기 때리듯 날려대지요,

옆에 있는 산수유년은
말리지도 않고 재잘대기만 하는 폼이
꼭 시어머니 편드는
시누이년 같아서 얄밉기만 하고요,

개나리도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꼼지락거리며
호기심어린 싹눈을 내미는데요,

아이고,
수다스런 고 년들의 입심이 이제
꽃가루로 사방천지에 삐라처럼 날리는데요,
이 대책없는 봄을 어찌 해야겠습니까요.



  어처구니             / 이덕규

이른 봄날이었습니다
마늘밭에 덮어놓았던 비닐을
겨울 속치마 벗기듯 확 걷어버렸는데요
거기, 아주 예민한
숫처녀 성감대 같은 노란 마늘 싹들이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요
나도 모르게 그걸 살짝 건드려보고는
갑자기 손끝이 후끈거려서
그 옆, 어떤 싹눈에 오롯이 맺혀 있는
물방울을 두근두근 만져보려는데요
세상에나! 맑고 깨끗해서
속이 환히 다 비치는 그 물방울이요
아 글쎄 탱탱한 알몸의 그 잡년이요
내 손가락 끝이 닿기도 전에 그냥 와락,
단번에 앵겨붙는 거였습니다

어쩝니까 벌건 대낮에
한바탕 잘 젖었다 싶었는데요
근데요, 이를 또 어쩌지요
손가락이, 손가락이 굽어지질 않습니다요
  

** 봄은 밖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2월 개강이후 우리 초등부 교실에도 물이 올라
결국 어제는 만석으로 흐드러졌습니다
(조만간 강당에서 마이크 들고 수업하게 될 지도... ^^;;)

수업중에 시 한편씩을 감상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임영조시인의 " 대책없는 봄날"을 들고 갔더니
초등 어머님들이 읽어보시곤 다들
"야~ 시가 좋네 이런 걸 우째 찾아왔노?" 하십니다
용기백배하여 오늘은 조금 더 강도가 센 이덕규시인의
'어처구니'란 시를 들고  들어갔습니다
(사실 조금 주저하는 맘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
우리 어머님들 읽어보시고는 " 좋긴 한데 조금 부끄러워서 ....호호호"
여기서 물러서면 말짱 도루묵 아닙니까
"어머니 시가 참 아름답죠" 하며 주저리 주저리 강변하고
굳히기 작업으로 다같이 큰소리로 읽기 두번 더  ^^*

고입/졸 검정고시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중등 및 고등 학생분들과 선생님들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 준비 잘 해서 시험보시고, 빨랑 꽃동네로 ㄷㅏ같이 봄소풍 ㄱㅏ ㅈㅏ 구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