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잘 생긴 그릇이 하나 있습니다.
삼첩반상에 놓여 밥이나 국을 담는 그릇이었다가
때가 묻고 금이 가서 막걸리를 담는 잔이 되기도 했던 막사발입니다.
만든 사람의 손자국도 남아 있고 조금은 찌그러진 구석도 있지만
어떤 내용물이라도 잘 담아내는 넉넉한 품과 털털한 모양새가 보기 좋습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기꺼이 맞은 자세로 어떤 것이라도 품어내는
막사발은 그래서 그 이름과 달리 귀한 그릇입니다.
평범함과 소탈함 속에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모두 품고 있으니까요.
가을 오후...
세상을 아름답게 사는 법을 비어 있는 그릇으로부터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