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대한 단상(斷想)

배 병 헌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면

남는 것은 오직 그리움뿐이다.

미움과 증오는 시간이 지나가면

기억에서 시나브로 사라지지만

그리움은 쉽게 떠나지 않는 법이다.

다만 그리움은 홀로 남아

부질없는 시간 속에서

외로움과 싸울 뿐이다.

그러나 이즈음 우리에게

그리움에 대한 희망조차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건조할 것인가

사람들이 곁에 있어도

외로움은 어디에도 있고

사람들이 곁에 없어도

그리움 또한 어디에도 남아 있는 법이다.

언덕에서 노래 가락으로 흥얼거려도

아니면 파도치는 바닷가 홀로 걸어도

윤슬처럼 흔들리는 내 마음은

그대 향한 그리움 하나 때문일지니

아무리 외로움이 가슴에 가득해도

단지 그리움만이 그리움을 아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