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공부, 김해야학에서 꿈을 키웠습니다"
고졸검정고시 합격한 김해야학 이숙자·김경민·김은자·이현선 씨
newsdaybox_top.gif 2012년 05월 29일 (화) 15:13:44 박현주 기자 btn_sendmail.gif phj@gimhaenews.co.kr newsdaybox_dn.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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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5일 실시된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한 이숙자·김경민·김은자·이현선 씨(왼쪽부터). 김해야학에서 새로운 삶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용기를 배웠다며 활짝 웃는다. 사진/김명규 kmk@
어려운 집안사정 공부할 시기 놓쳐
용기내서 김해야학 문 두드려
집안일, 회사일 틈틈이 공부
합격 후 새로운 계획에 가슴 부풀어
마음껏 공부 할 교실 다함께 원해

"학교 못 다닌 데 대해 부모형제들 원망을 더러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돌아가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이렇게 빨리 합격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이 제게 영리한 머리를 주신 덕분입니다."
 
지난 4월 15일 고입고졸 검정고시가 실시됐고, 지난 15일 합격자 발표가 났다. '김해야학'(본지 2011년 11월 2일자, 12월 27일자 참조)에서는 26명의 합격자가 나왔다. 환호성이 터졌다. 배우지 못한 아픔, 학력 때문에 주눅들었던 마음이 한 순간에 날아갔다. 교실이 있는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3층에서 이숙자, 김경민, 김은자, 이현선 등 4명의 합격자를 만났다.
 
이숙자(54·삼계동) 씨는 딸과 함께 야학을 찾았다가 용기를 내지 못해 세 번이나 돌아섰다. 그랬던 이 씨는 야학 고입반에서 반장을 맡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 가지고 온 가정환경조사서의 엄마 학력 난을 볼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아렸던 그녀다. 야학에 다닌 이후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남편과 함께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씨는 검정고시 당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수학 시험지를 받아들었는데, 공식이 환하게 떠오르지 뭐예요. 문제를 빨리 풀고 싶어 안달이 다 나더라구요. '시작'이란 말이 떨어지기 전에 문제를 풀었다가 감독선생님께 지적을 받았답니다." 이 씨는 공부는 물론, 자원봉사를 열심히 한 경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21일 졸업식에서 '김해시장상'을 받기도 했다. 이 씨는 대학에 진학해 복지 관련 공부를 하고, 관련 자격증도 딸 생각이다.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한 김경민(17·흥동) 양은 수학을 제일 좋아한다. 수학은 만점을 받았다. 김 양은 야학의 학우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꼬마선생'이기도 하다. "소극적인 성격이라 처음에는 야학에 적응을 못했는데, '이모'들이 말도 걸어주고 딸처럼 조카처럼 챙겨줘 도움이 됐다"는 김 양은 간호사가 되는 게 꿈이다. 김 양은 가정형편 탓에 중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중학교 다닐 때는 여러 가지로 힘들어 학교 에 가기가 싫었는데, 지금은 그때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제가 대학생이 되면 떳떳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힘든 시절을 보냈지만 김 양은 "저의 합격 소식보다, 제가 수학을 가르쳐 드린 '이모'가 합격했다는 소식이 더 기뻤다"고 말할 만큼 어른스러웠다. 김 양은 현재 간호조무사학원엘 다니고 있는데, 실습을 마치고 나면 곧바로 야학으로 달려와 다른 학우들의 수학을 가르쳐줄 정도로 속이 깊다.
 
김은자(50·지내동) 씨는 회사에서 퇴근한 후 야학에 와 공부를 했고, 결국 고입과 고졸 과정을 넘었다. 집안 일 하랴, 회사 일 하랴, 힘이 들어 수업시간에는 가끔 졸기도 했다. 하지만 틈틈이 EBS 교육방송을 보며 공부를 보충했다. 김 씨는 "딸이 교사이긴 하지만, 공부는 역시 학교에서 해야지, 집에서는 잘 안 되더라"며 웃어보였다. 김 씨는 "야학 선생님들이 얼마나 꼼꼼하게 가르쳐주시는지, 수업 잘 듣고 문제집만 열심히 풀었는데도 합격할 수 있었다"며 야학 교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집에서는 내친 김에 대학 진학을 권한다는 김 씨는 "영어와 한문은 계속 공부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현선(51·지내동) 씨는 어릴 때 공부도 곧잘 했고, 웅변·글짓기 대회에서 상도 받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뒤, 어린 나이에 오빠의 호적을 빌려 회사엘 다녔다. 엄마와 동생을 돌보는 것도 이 씨의 몫이었다. 한국을 떠나 사이판의 한 회사에 다니면서 필리핀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필리핀에서 사는 동안에는 학교 못 다닌 표시가 안나 좋았다는 이 씨는, 다시 한국에 들어오면서 학력 때문에 마음을 졸였다. 그러다 용기를 내 야학에 들어왔고, 두 달 만에 고입검정을 통과했다. 6개월 뒤에는 고졸검정까지 통과했다.
 
이 씨는 필리핀어와 영어 회화가 가능한데, 다문화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이 씨는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여성도 다문화가정 일원이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나같은 사람에게도 주어진다면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이 씨는 현재 김해여성인력개발센터 전문교육 '영어교육예술사' 과정에 다니고 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야학)는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 중입니다. 선생님도 학생도 수업시간을 기다리느라 복도에 서 있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마음 놓고 공부하고, 주간에 나와 자습도 하고, 시험 전에 특강도 할 수 있는 우리 교실이 필요합니다." 입학 문의 및 후원 상담전화/011-9244-1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