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 미래에 당당히 설겁니다"
김해야학 2011년도 졸업식에서 만난 만학도 김정미·김영경 씨
2011년 12월 27일 (화) 14:27:54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 가족과 친지들의 축하를 받으며 지난 26일 진행된 김해야학 졸업식은 감동과 기쁨이 넘쳤다.

새내기 대학생 되는 쉰살 정미 씨 "아들과 사회복지사 꿈 함께 키워"
1년만에 중·고졸 검정고시 합격한 예순 영경 씨 "모든 일 해낼 자신"

"저보다 나이는 어리겠지만, '선배님'이라고 불러야겠죠?"
 
김정미(50·여·삼계동) 씨는 새해가 되면 2012학번 새내기 대학생이 된다. 김 씨는 3년 동안 김해야학(교장 박충근)에서 공부하며 중졸·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가야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수시 합격한 김 씨는 신학기를 기다리고 있다.
 
"회사도 다니고, 초등학생인 늦둥이와 고등학교 때 다쳐서 장애인이 된 큰아들을 돌보느라 야학에 결석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오면 항상 맨앞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했습니다." 주경야독한 김 씨는 늘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엄마는 지금 너무 너무 공부가 하고 싶단다. 조금만 참아주렴'이라는 말을 해야 했다. 항상 바쁜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던 늦둥이는 어느날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 만화 '검정고무신'(도래미, 이우영 원작)을 보면서 엄마가 어렸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게 된 것이다.
 
김 씨가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장애1급인 아들을 돌보면서 '사회복지'의 필요성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사회재활을 끝낸 뒤, 다시 고등학교에 복학해 내년이면 고3이 될 아들과 "엄마가 먼저 사회복지사가 되어 있을테니, 너도 사회복지사가 되어 같이 일하자"며 약속도 했다. 공부를 계속하고 원하던 일을 마음껏 펼쳐볼 희망을 가진 김 씨에게 2012년은 더 바쁘고 신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김해야학에는 김 씨 말고도 공부의 열정을 태우고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학생들이 많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탓에 중학교에 진학을 못한 김영경(60·여·외동) 씨는 1년 만에 중졸·고졸 검정고시 합격을 이뤄내 교사들을 놀라게 했다. 코피를 흘리며 새벽까지 공부했고,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김해도서관을 활용해 자습하고, 매일 복습을 빠뜨리지 않았다.
 
야학에서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 문제가 없었지만, 중학생이 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힘들었다. "엄마가 고등학교를 나온 줄 알고 있던 아이들을 보면서 공부를 계속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들킬까봐 신문지로 영어책 표지를 싸서 공부했어요. 학기 초에 부모학력을 조사하는 용지가 올 때면, 엄마의 학력이 혹시 아이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혼자서 밤새 울었던 날이 많습니다."
 
두 사람은 "야학이 있는 줄 알았다면 더 빨리 공부를 시작했을 겁니다. 공부할 시기를 놓친 분들은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떨치고 김해야학의 문을 두드려보기 바랍니다"며 입을 모았다. "야학에서 공부하는 과정, 첫 검정고시 합격의 기쁨을 겪고 나니 그 어떤 일도 해낼 자신이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나이가 많은 학생들을 위해 시험지를 확대 복사하는 세심한 배려로 학생들을 가르쳐 온 배병헌(분성고 현직 교사) 국어교사는 "배우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야학 학생들의 마음과, 주변의 도움이 합격의 기쁨과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이라며 따뜻한 격려로 제자들을 응원했다.
 
지난 26일 치러진 김해야학 졸업식에서는 올해 20명의 졸업생(중입검정 2명, 중졸검정 8명, 고졸검정 10명)을 배출했다. 졸업식과 학예발표회까지 겸한 이날 행사에는 가족과 친지들이 참석해 감동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계획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졸업생들을 축하했다.